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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극장가 흥행작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박스오피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속편이었다.
1위 '범죄도시 2'(1,269만 명), 2위 '탑건:매버릭'(816만 명), 3위 '한산'(726만 명), 4위 '공조 2:인터내셔널(666만 명), 5위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588만 명) 순이다.
그야말로 속편 전성시대였다. 이 같은 기류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충무로와 할리우드 모두 화제의 속편이 개봉 대기 중이다. 흥행작의 이름값에 기댄 재탕이 아니다. 전편의 장점은 계승하고, 단점은 보완한 업그레이드 작품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범죄도시'는 8편까지 계속된다…'노량'·'외계+인' 2부도 출격
영화 '범죄도시 2'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약 3년 만에 천만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었다.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의 속편으로 마동석이 전편에 이어 주연을 맡고 손석구가 빌런으로 가세해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3편과 4편이 동시 제작에 착수해 현재 4편을 촬영 중이다. 이미 완성된 3편은 올해 중 만나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주연이자 기획자인 마동석은 "'범죄도시'를 8편까지 만들 예정"이라며 시리즈 장기화를 예고했다. 제작진에 따르면 현재 '범죄도시' 시리즈는 5편과 6편의 대본을 집필 중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의 상업 영화가 8편까지 기획된 건 처음이다. '범죄도시'의 경우 금천경찰서 강력반의 마석도(마동석) 형사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소탕한다는 포맷의 영화이기 때문에 흥미로운 사건만 있다면 시리즈의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 1, 2편의 경우 실제 사건을 극화한 각본으로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무엇보다 '핵주먹' 마동석의 캐릭터가 가장 매력적으로 구축된 영화이기 때문에 대중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2편이 1편보다 재미나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전편의 성공으로 인한 기대감, 매력적인 빌런 가세, 절묘한 개봉 시기 등이 흥행에 있어 시너지를 냈다. 3, 4편은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볼거리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또한 일본 유명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 쿠니무라 준을 캐스팅해 국내를 넘어 아시아 시장까지 공략한다.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노량:죽음의 바다'도 올해 중 만나볼 수 있다. 이순신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대첩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1대 이순신 최민식, 2대 이순신 박해일에 이어 3대 이순신으로는 김윤석이 활약한다.
판옥선 12척으로 일본의 안택선 130척을 완파하는 승리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던 '명량', 거북선의 압도적 위용을 내세운 '한산:용의 출현'에 이어 '노량'에서는 성웅 이순신의 마지막 순간을 눈물의 드라마로 담아낼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여름 극장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던 '외계+인'도 2부를 공개한다. SF와 사극을 결합한 '외계+인' 1부는 장르 결합에 실패한 잡종으로 관객의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1부를 본 관객은 153만 명. 지난해 개봉한 시리즈물 중 투자 대비 가장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제작진은 "1, 2부 동시 제작된 이 작품의 진가는 2부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후반 작업 중인 '외계+인'은 최근 1회 차의 재촬영까지 감행하면서 영화의 완성도를 보완했다.
마블 페이즈 5기와 '미션 임파서블 7'…센 거 뒤에 더 센 거
할리우드는 시리즈 천하다. 한국 영화의 경우 하나의 트렌드를 형성했다면 미국 대작 기획에서는 속편 아닌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소재 고갈의 어려움을 시리즈물의 무한 확장으로 극복하고 있다.
마블 스튜디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 안에서 이야기와 캐릭터를 연결한다. 솔로무비가 팀업무비가 되고, 팀업무비 안에서 솔로무비가 파생하는 식으로 이어진다.
약 20년간 역사를 이어오며 페이즈(마블 시리즈 영화를 시대와 시간순서 대로 이야기의 변화의 단계별로 묶은 이야기들)는 5기에 이르렀다. 올해는 솔로무비 세 편이 잇따라 공개된다. 모두 속편이다.
3월 마블 페이즈 5기를 여는 작품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개봉한다. 미지의 세계 '양자 영역'에 빠져버린 '앤트맨 패밀리'가 MCU 사상 가장 강력한 빌런이자 무한한 우주를 다스리는 정복자 '캉'을 마주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최악의 위협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작품에는 앞으로 펼쳐질 멀티버스 사가(saga)의 전개 양상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정보가 가득하다. 특히 타노스를 능가하는 빌런으로 알려진 '캉'이 첫 선을 보인다. 이 캐릭터는 페이즈 6에서 만들어질 팀업무비 '어벤저스:캉 다이스너티'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된다.
제임스 건이 만드는 마지막 '가오갤' 시리즈인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 3'와 '캡틴 마블'의 속편 '더 마블스'도 각각 5월과 7월에 개봉한다. 특히 '더 마블스'에는 한국 배우 박서준의 출연이 예고돼 있어 그 어떤 마블 영화보다 기대가 높다.
아날로그 액션의 진수를 보여줬던 '존 윅 4'도 4월 중 만나볼 수 있다. 존 윅(키아누 리브스)이 최고 회의를 쓰러트리기 위해 거대한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시리즈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투입해 액션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번 작품에는 중국 액션 배우 견자단이 출연해 키아누 리브스와 동·서양의 무협대결을 펼친다.
2001년 시작해 20년 넘게 이어져온 장수 시리즈 '분노의 질주'도 열 번째 이야기 '분노의 질주:라이드 오어 다이'로 돌아온다. 매 작품마다 자동차 마니아들을 열광케 한 카 액션신을 보여준 만큼 이번 시리즈도 속도와 스케일로 무장했다.
'트랜스포머'의 다섯 번째 이야기인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도 6월 만나볼 수 있다. 1990년대 지구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오토봇과 디셉티콘, 맥시멀의 전투를 그린 영화로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할리우드발 최고의 기대작은 단연 '미션 임파서블:데드 레코닝 파트 1'다. '미션 임파서블'의 일곱 번째 이야기로 코로나19 기간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마쳤다. 하늘을 나는 경비행기 위에서 촬영된 홍보 영상은 톰 크루즈가 이번 영화에서 보여줄 액션의 강도를 예상하기 충분하다. 톰 크루즈는 이번 시리즈를 위해 스카이다이빙만 500회를 했다.
하반기 기대작 중에는 '듄 2'도 있다. 2021년 압도적인 영상미로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던 '듄'은 2편에서 폴(티모시 샬라메)의 본격적인 여정을 그려낸다. 코로나19 시대에도 극장을 가야 하는 이유, IMAX관의 존재 이유를 보여줬던 '듄'은 속편을 통해 한층 진화한 세계관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시리즈물 성공 쉽지 않다…스토리텔링과 업그레이드가 관건
속편의 성공은 1편에 대한 관객의 높은 신뢰가 기반이 된다. 영화 티켓 가격이 1만 5,000원까지 오르면서 영화 선택에 있어 모험을 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졌다. 관객은 재밌게 본 영화가 전편의 색깔과 캐스팅을 계승해 속편을 만들었다면 대부분 호감을 이어간다.
과거에는 영화가 흥행하면 속편 제작에 돌입했지만 최근에는 기획 단계에서 시리즈물을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 영화계에서 이 같은 과감함으로 성공의 포문을 연 작품은 '신과 함께' 시리즈다. 원작 웹툰의 방대한 이야기를 1, 2편으로 나누어 설계했고, 동시 제작에 돌입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였다.
최근 속편의 성공 비율이 높은 것은 치밀한 기획의 결과다. 제작진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것은 소재와 이야기다. 결국 영화의 성패는 두 요소에서 갈린다.
1편에서 대중의 인정을 받은 영화는 소재와 이야기를 업그레이드해 시리즈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부여받는 셈이다. 또한 전작의 주역이 속편까지 출연하는 것은 연속 성공의 전제 조건이기도 한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 비에이 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는 "영상 콘텐츠 산업에서 스토리를 창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시리즈의 장점은 1편의 스토리 텔링,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객들에게 익숙함과 동시에 기대감, 신뢰감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높은 기대감은 가장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장 대표는 "실패한 속편은 대부분 관객들의 높은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똘똘한 기획이 중요하다. 속편이라고 해서 마냥 영화의 사이즈를 키울 것이 아니라 이야기의 완성도와 밀도를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할리우드의 실패한 시리즈만 보더라도 이야기를 엉뚱하게 확장시키려다가 망한 경우가 태반이다. 시리즈 고유의 장점을 살리되 스토리 텔링의 탄탄함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화의 성패를 예측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이다. 누구도 '범죄도시 2'의 천만 흥행을 예상하지 못했듯, '외계+인' 1부의 흥행 참패를 예상하지 못했다.
시리즈 동시 기획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편의 실패 상황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 한다. 스토리와 연출의 연속성을 띠는 시리즈 영화에서 전편의 실패는 속편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1편의 처참한 실패 이후 재편집과 재촬영이라는 강수까지 둔 '외계+인' 2부의 성적표는 시리즈물의 위기관리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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