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floaters), 날파리증이라고도 부르는 이 증상은 마치 날파리 등의 벌레가 눈앞에서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증상을 일컫는다.어떤 경우에는 벌레가 아니라 아지랑이 (머리카락, 거미줄) 같은 것이 보이는 경우도 있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이러한 무언가가 자세히 보려고 하면 도망가듯 움직이는 증상들을 통틀어서 비문증이라고 한다.
이 비문증이 발생되는 원인은 다양하나, 보통 노화로 인해 우리의 안구 내부를 채우고 있는 젤리 같은 물질인 ‘유리체’가 부피가 줄고,액화가 되며, 주름이 생기는 등 변화가 생기면서 형성되는 부유물과 그 부유물이 망막에 형성한 그림자가 그 원인이다.
망막 열공과 같은 안질환의 증상으로도 비문증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단순 비문증의 경우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증상이 완화되므로 치료하지 않고 경과 관찰하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비문증으로 안과를 방문하였을 때, 치료가 필요 없다면서 그냥 지켜보자고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중 일부 사람들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보이는 비문의 양이 줄지 않거나 오히려 늘어나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광고를 보면 비문증(날파리증)에 효과가 있다며 파인애플 복용 및 브로멜라인 영양제를 홍보하는 문구들이 보인다.
해당 광고들을 살펴보면 파인애플이 비문증에 효과가 있고, 파인애플 성분 중 특히 브로멜라인이 비문증에 좋다는 내용이다.
정말로 파인애플이 비문증에 효과가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근거로 이러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이러한 사람들에게 앞서 언급한 파인애플과 브로멜라인을 주성분으로 하는 영양제의 광고는 혹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의 근거가 무엇이며, 얼마나 신뢰성이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자.
파인애플이 비문증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는 2019년 대만의 한 연구 논문1이 발표되면서 본격적으로 나오게 된 이야기이다.
이 논문을 살펴보면 비문증 환자들에게 매일 100g, 200g, 300g의 파인애플을 점심 식후 3개월간 섭취하도록 하였을 때, 각각 참가자 약 55%, 65%, 75%에서 비문증이 호전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파인애플에 함유된 단백질 소화효소인 브로멜라인(bromelain) 때문이라고 하는데,브로멜라인이 단백질(콜라겐)을 분해해 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우리 눈에서 유리체에 떠다니는 부유물, 즉 비문들을 녹여서 비문증을 개선시킨다고 말하고 있다.
이 연구는 예비연구(pilot study)*로 소규모 진행 연구이고, 대조군 또한 부재한 연구여서 한계가 있다.
비문증은 일반적으로도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조군과의 비교가 중요한데,비교할 대상인 대조군이 없어 비문증의 호전을 단순 파인애플만의 효과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또한 파인애플을 경구로 섭취하였을 때, 브로멜라인이 얼마나 눈으로 전달되고 유리체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기초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 논문의 결과를 받아들일 때 이러한 한계점을 고려해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최근 2022년 11월, 앞선 논문의 제1저자(Horng Chi-Ting)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비슷한 주제의 논문2이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파인애플 대신 브로멜라인 190mg, 파파인(papain)** 95mg, 피신(ficin)*** 95mg이 함유된 혼합과일효소제제를 이용했으며, 앞선 연구에서 단점으로 지적했던 대조군도 포함된 연구이다.
이 연구도 앞선 연구와 마찬가지로 용량별로 총 3개월 동안 복용하면서 결과를 도출하였다.
특이한 점은, 이 연구는 두 환자군에서 실험을 진행하였는데, 단순 비문증 환자와 유리체 출혈에 의한 비문증, 두 집단에서 각각 실험을 진행하였다.
단순 비문증 집단에서는 1, 2, 3캡슐 복용 후 비문증 호전율이 55%, 62.5%, 70%로, 용량이 높을수록 호전율이 높았다.
유리체 출혈 집단에서는 효소제제 1, 2, 3캡슐 섭취 후 각각 18%, 25%, 56%에서 호전을 보였다고 보고했다.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단순 비문증의 경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 호전되는 경우가 많으며, 유리체 출혈의 경우도 심하지 않은 경우 자연적으로 호전되는 비율이 높은 질환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대조군과 비교를 하여, 대조군에 비해서 2~3 캡슐 복용군에서는 비문증 호전율이 높다고 되어있어 이번 연구만 보자면 과일 효소가 비문증의 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고 보아도 될 것 같다.
그럼에도 비문증과 과일 효소에 대한 연구가 주로 대만에서만 주로 이뤄지고, 미국 FDA에서는 과일 효소를 비문증의 치료제로 승인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보았을 때, 브로멜라인을 비롯한 과일 효소들이 비문증 치료에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맹신하는 태도는 지양하는 것이 좋겠다.
두 논문을 통해, 파인애플을 비롯, 과일에 함유된 효소들이 비문증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을 살펴보았다.
논문의 연구 디자인 등을 고려했을 때, 신뢰도가 높지는 않아 해당 내용을 너무 신뢰할 필요는 없으나, 비문증에서 안과학적으로 레이저 및 수술 외 치료가 딱히 없는 상황이어서 영양제를 구매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파인애플 복용 정도는 큰 부담 없이 시도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선택사항이 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비문증이 대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망막의 열공 또는 찢김, 망막박리 등 경우에 따라서는 눈 건강에 대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질환의 증상일 수도 있으며,이러한 경우 파인애플이나 영양제 복용이 아닌 원인에 대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비문증이 발생한 경우 최소 한 번 정도는 검사를 통해 확인을 하고 주기적으로 경과 관찰을 해야 한다.
검사 이후 특별한 질환이 아닌 단순 비문증일 때 파인애플이나 영양제를 복용해 보아도 늦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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