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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재난 등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트라우마는 전쟁과 같은 심각한 위험을 겪은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후유증이 보고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 후유증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진단한다.
트라우마 없는 인생이 있을까?
누구나 살아가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 큰 트라우마가 아니더라도 일생에 걸쳐 작은 트라우마가 반복되고 지속되면 문제가 된다. 어린 시절에 겪은 트라우마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뇌의 성장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수많은 연구가 보고됐다. 유전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하거나, 감당하기 벅찬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오랜 기간 트라우마가 지속될 때, 우리는 불안, 회피, 과각성 증상을 보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게 되고 이는 우울증으로 옮겨 간다.
인구의 65%가 평생 한 번 이상 트라우마를 겪고, 그중 여성 20%, 남성 1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다. 트라우마의 30%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악화된다는 뜻도 되지만, 70% 이상이 회복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는 회복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정신 건강은 환경이 갑자기 나빠져도 무너지지 않고 살아내는 힘과 회복력을 의미한다.
재난 외에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빈곤, 노화, 질병, 죽음 같은 다양한 형태의 상실이다. 상실은 아주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이가 들수록, 살아온 인생이 길수록 누구나 겪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실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것, 가진 것에 감사하고 집중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불행감의 큰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하위권으로, 청소년들의 불행감과 연관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차별이다. 성적, 외모, 성, 경제 상황 등으로 차별받는다고 느낄 때 불행해지는 것이다.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상대적 박탈감은 심화되며,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된다.
우리 사회는 늘 남을 의식하며 경쟁하도록 우리를 압박한다. SNS의 발달로 그 압박감은 더욱 심해지고, 상당 부분 스스로 압박감을 초래한다. 내면의 기준이 스스로를 옥죄기 때문이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이 온전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금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회복력의 근원이다.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알아차리는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아마도 화와 수치심일 것이다. 분노, 수치심 등은 누구나 겪는 감정인 동시에 가장 다루기 힘든 감정이기도 하다. 이런 힘든 감정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많은 치료법에서 공통으로 제안하는 요소들이 있다.
먼저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익혀야 한다. 이는 감정을 구분하고 인식하는 첫 단계이다. 이름을 붙임으로써 거리를 두고 객관화할 수 있다. 세상에 나쁜 감정이란 없다. 힘든 감정이 있을 뿐이다.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뇌의 생물학적 반응일 뿐 우리의 의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화를 비롯해 수치심, 외로움, 절망, 죄책감도 우리가 겪는 보편적이고 진실된 감정들이다.
꼭 기억할 점은 모든 감정은 일시적이며, 그 아래에는 충족되지 않은 욕구들이 있다는 것이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 사랑받고 싶은 욕구, 존중받고 싶은 욕구. 우리는 이런 욕구 때문에 고통을 겪는다.
화를 내는 것은 공격적으로 우리를 보호하는 방법이지만 남과 자신을 해치는 방법이기도 하다. 화는 그것이 담긴 그릇을 부식시킨다. 화를 인정하고 그 밑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발견해야 한다. 먼저 분노에 이름을 붙여 인식한 후에 몸 어디에서 그 감정이 느껴지는지 알아차린다. 예를 들어 가슴이 답답하고 조여 오면 이 부위를 부드럽게 해주고 위로해준다. 분노를 허용하고 그 밑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를 발견한 뒤 이것이 머물다 사라지는 느낌을 알아차린다.
수치심이 들 때도 마찬가지로, 손을 가슴에 얹은 후 따뜻하고 친절하게, 듣고 싶은 말을 자신에게 들려준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간절히 듣고 싶었던, 갈망했던 말들을 자신에게 해준다. 이것이 어렵다면 가장 친한 친구가 나와 똑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무슨 말을 해줄지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말들을 자신에게 해보자.
우리는 매일매일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때로 갈등으로 인해 관계가 힘들어지기도 하는데, 역설적으로 가장 강렬한 갈등은 가족과 같이 가까운 사람과의 사이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지금 원수 같은 부모나 형제라도 되돌아보면 함께라서 행복했던 순간들이 더 많고, 우리는 그 순간을 기억하며 현재의 나쁜 감정에 매몰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적극적으로 우리의 정신 건강을 지키는 길이다.
우리 삶을 위협하는 수많은 위기와 원인 그리고 우리의 통제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할 때 비로소 평정심을 얻을 수 있다. 평정심은 즐거움과 아픔, 성공과 실패, 기쁨과 슬픔처럼 상반된 상황에서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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